호주여행기2019/1.시드니

[호주여행] 시드니 DAY1(TIP.공항에서 T버스 도메스틱 420번버스 이용)

텐드리안 2020. 7. 17.

2019년 봄 시드니를 다녀왔다. 호주는 처음으로 가보는 거라서 기대가 많았는데 특히 울룰루에서의 캠핑투어가 가장 기대되는 일정이었다. 여행기간은 총 20일정도로 살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 여행을 해본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여자친구만 휴가를 내고 가는거라 나는 개인적으로 더 여행을 할까도 싶었지만 호주는 혼자 여행을 하기에는 땅이 커도 너무 크다. 호주 대륙의 실제 크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마주하게 된 호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본 호주는 정말 광활했다. 

 

인천 - 시드니로 가는 대한항공을 타고 출발했다. 비행시간은 9시간정도 걸리는거 같다. 호주를 간다고 했을 때 왜 뉴질랜드도 갔다오지 않냐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자친구가 이미 리턴티켓까지 모두 확정했고 울룰루를 무조건 가야 하는 일정이라서 뉴질랜드까지 또 갔다가 오고 할 여유가 없었다. 

 

울룰루 투어를 위해 난생처음 고프로도 구매를 했다. 근데 그냥 핸드폰 카메라만 있어도 충분한건데 고프로는 이 때 이후로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있다. 나중에 언젠간 또 사용할 날이 있겠지 근데 가지고 다니면서 촬영하고 보관하고 하는것도 굉장히 귀찮고 무엇보다 배터리가 생각보다 너무 금방 없어져서 편의성이 너무 떨어진다. 게다가 고프로 카메라 자체는 별로 안비싸도 메모리카드 부터 악세사리까지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게 고프로다. 장사는 그렇게 하는거라지만 창렬수준이 너무 심하다. 

 

시드니 국제공항은 킹스퍼드다. 시드니 타운홀과 지하철로 9개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많은 짐을 가지고 시드니 공항에 내리면 그냥 손쉽게 트레인을 이용해서 시티로 접근할 수 있다.

 

근데 킹스퍼드와 도메스틱공항을 지나가게 되면 공항세가 붙어서 지하철 이용요금이 17달러정도다. 환율 800원으로 계산해도 한화로 1.36만원이다. 굉장히 비싸다. 당연히 편하긴 해서 짐이 많으면 당연히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공항에서 나와서 무료순환 셔틀 T버스를 타고 도메스틱공항으로 이동해서 거기서 420번 버스를 타고 매스콧 Mascot 역으로 이동 한 뒤 지하철을 타면 기본요금 3달러만 내고 지하철을 이용해서 시티로 갈 수 있다. 몸이 조금만 고생하면 14달러를 아낄 수 있는거다. 마찬가지로 공항에 올 때도 이렇게 하면 된다. 

 

 

시드니 교통카드는 오팔카드로 구매한 뒤 충전을 해서 사용하면된다. 오팔카드는 어플이 있어서 사용잔액을 쉽게 조회할 수 있고, 무엇보다 출발 - 도착역을 지정하면 열차가 오는 시간과 배차간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이동을 할 때 우리같은 관광객에게 목적지를 가장 정확하게 알려준다. 

요즘은 미세먼지 이슈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전혀 언급도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2019년 봄만해도 미세먼지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뉴스거리중 하나였다. 그리고 만나게 된 시드니의 하늘은 이렇게나 맑은 하늘이 지구상에 존재하긴 했구나 라고 느끼게 했다. 그런데 이후로 호주 대 화재로 시드니도 미세먼지 수치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안좋았던 적이 있었으니 인생은 참 오묘한거 같다.

 

시티 타운홀을 중심으로 시드니 시내에 주요 관광명소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어서 시드니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은 사람은 하루만으로도 관광을 다 다닐 수 있다. 호주 콘센트는 아래와 같은 모양이다. 240볼트고 한국전자제품을 이용하려면 변환어댑터를 사용해야 한다. 다른걸 다 준비했는데 이 변환기를 깜빡하는 바람에 아차 싶었는데 호텔에는 어댑터를 구비하고 있어서 리셉션에서 빌려서 사용할 수 있고, USB충전 포트도 있어서 여행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호주 시드니의 역사를 알아볼겸 박물관에 들렀다. 여자친구가 아직 시드니로 날아오는 중이라서 혼자 여유가 있어서 박물관을 가볼 수 있었다. 여자친구랑 여행을 하면 좋긴 한데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거의 가지 못한다. 가도 건물 밖에서 사진을 찍을 뿐 내가 원하는 만큼 읽고 보고 할 수 없다.

호주하면 생각나는게 캥거루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릿지가 아닐까 싶다. 시드니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는 서큘러키에서 한번에 볼 수 있다. 이게 시그니처이니 여기만 와서 사진을 찍어도 호주여행 했다고 해도 될 정도다. 

하버브릿지는 호주의 뉴딜정책으로 경기회복을 위해 건설을 시작한 대규모 토목공사다. 저런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가 순환되어 공황을 탈출하는건 경제학적으로도 유의미한 정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론이 황당하게 형성되어서 뉴딜 토목공사라고 하면 비리나 환경파괴라는 험악한 수식어가 붙어있다.

 

호주는 시드니에서는 하버브릿지, 멜버른에서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라는 유명한 관광상품이 된 굵직 굵직한 토목사업이 있었고 이를 잘 활용했는데 우리나라는 토목이란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물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것도 참 안타깝다.

 

도착 첫 날 시차적응도 안된 상태로 비몽사몽하게 돌아다니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내일부터는 당장 여자친구가 시드니로 돌아와서 같이 여행을 하게 된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대충 정해놓긴 했는데 예약은 울룰루만 사전에 해두었고 다른 것들은 모두 호주에서 이동한 도시에서 예약했다. 

호주 근교에 위치한 블루마운틴은 유칼립투스가 내뿜는 화학 물질이 햇빛에 반사되어 멀리서 바라보면 산이 푸르게 보인다고 한다. 근데 우리 눈에는 그냥 녹색으로 보여서 뭐지 싶었다. 아마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그렇게 보인다거나 그런 듯 하다. 

 

블루마운틴에서는 킹스테이블이라고 절벽을 배경으로 사람이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 곳으로 유명하다. 근데 우리가 일잔적으로 블루마운틴 세자매봉, 시닉월드라고 케이블카 레일웨이등을 타는 곳으로 오게 되는데 킹스테이블은 또 별도로 차량 이동을 할 정도로 좀 멀리 떨어져 있다.

 

 

 

시닉월드라고 3종의 이동할 것들을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는건데 케이웨이, 레일웨이, 스카이웨이. 

 

블루마운틴에서 시닉월드 까지 이동하는 탈것들이고 이걸 타고 이동한 뒤 블루마운틴 공원 내 꾸며진 이동경로로 산책을 하거나 좀 더 오랜거리를 트랙킹 하기도 한다. 시드니에서 기차로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되는 위치에 있는데 주말이면 시드니 오팔카드는 몇번을 타도 2.7불만 내면되기 때문에 블루마운틴으로 주말 산행을 가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오팔카드로 지하철 뿐 아니라 페리도 이용할 수 있는데, 2.7불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주말에 페리 이용하는 사람이 또 엄청나게 많다. 시티홀에 숙소가 있다보니 오페라 하우스는 매일 저녁 산책 코스였다.

유아인 버닝이란 영화가 개봉했었나 보다. 트위터에서 자꾸 어그로가 끌리고 깊지 않은 지식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말투등으로 비호감인데, 유아인 처럼 유명해지면 얼마나 큰 부를 만들 수 있는지 상상도 못할거다. 트위터 때문에 조금 우습게 이미지 메이킹이 된 사람인데 나혼자 산다에서 봤듯이 상상도 못할정도로 돈을 벌었고 벌고 있다. 그러니 군대를 죽어도 가기 싫은거겠지. 암튼 부자가 되고싶다면 유명해지라는건 만국 공통의 진리다.

 

 

넷플릭스에서 호주쇼로 자기가 사는집을 인스턴트호텔로 꾸며 경쟁하는 프로가 있는데 거기에서 시즌1 우승을 차지한 자매가 나오는 곳이 바로 시드니 본다이비치다. 얼마나 이곳을 사랑했으면 딸 이름도 본다이로 할까. 여기는 파도가 서핑을 하기 좋아서 서핑을 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본다이비치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아이스버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려고 했는데 포기했다. 다음에 가면 투어 다 제쳐두고 아이스버그에서 꼭 수영을 하고 싶다. 예전에 수영을 못할 때에는 호텔이나 어디나 가서도 수영을 하는게 좀 창피했는데 수영을 배우고 나니 언제 어디서나 물만 있으면 수영을 하는게 자연스러워졌다. 여자친구도 수영을 할 줄 모르니 물에 한번 들어가면 주변 사람들 눈치 살피느라 볼일을 다 본다. 아마 나도 과거에 그랬을 것 같다. 물에 들어가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을 했던거 같은데 수영을 못했을 때의 불안감은 모든사람이 다 똑같은가 보다. 근데 지금 수영을 잘 하는 나는 남들은 전혀 신경을 안쓴다. 

그리고 실제로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남 눈치를 볼게 없는데 괜히 남들 눈치를 보느라 수영장에 와서도 그냥 물장구만 치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긴 레일 수영장 외에도 얕은 풀도 있어서 수영을 못해도 가서 놀기에 나쁘지 않아 보였다. 

시드니에서의 일정은 3일정도였고 이후에는 멜버른 - 울룰루 - 애들레이드 - 브리즈번 그리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와서 며칠 더 묵고 아웃하는 일정이었다.

시드니에서도 저녁 늦게 돌아다니는건 위험하다. 특히 시티센터는 오피스가 많다보니 밤 늦게는 인적이 드물다. 빅토리아파크는 경찰이 순찰을 돌고 하긴 하지만 역시 불안과 위험의 냄새가 상당했다.

하지만 야경을 놓칠 수 없다. 시드니 타워로 올라왔다. 낮에보는 전망도 구경하고 싶지만 야경만큼 멋지진 않을 듯 하다. 

그리고 또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아름답다. 세계 3대 미항이라 불리면 꼭 빠지지 않는 곳이 시드니다. 간혹 리우데자네이루와 샌프란시스코가 경쟁하기도 하지만 시드니 나폴리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시드니에 가서 제일 놀랐던건 다름아닌 인도사람들의 비중이다. 중국인보다 더 많이 보이는게 인도인들이었다. 인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일까 정말 인도사람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행을 다 마무리 하고 여자친구는 휴가 일정 떄문에 나보다 먼저 귀국을했다. 나는 비행기표가 달라서 하루 뒤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여자친구를 공항으로 데려다 주고 돌아올 때 트레인이 아닌 버스를 이용했다. 공항을 지하철로 이동하면 공항세가 붙어서 앞에서도 말했지만 매스콧 역으로 버스로 이동한 뒤 지하철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국제선에서 티버스로 도메스틱으로 이동했다. 국제선역에서도 420번 버스가 온다고 표시가 되는데 계속해서 타고자 하는 버스가 오지 않아서 그냥 도메스틱으로 이동했다. 아마 주말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스트라스필드역 한인타운도 방문했다. 여자친구 없이 혼자 보내야 하는데 어디 갈만한데 없을까 하다가 한인타운을 구경했다. 생각보다 상권이 몰려있는 곳들의 건물은 오래되어 보였다. 

시드니에서는 수 없이 많은 한국사람들과 길거리며 관광지며 자주 마주치게 된다.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인지 중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데, 호주에서 살고 있는 내친구는 워홀러인지 아닌지도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시드니 뮤지엄역. 리모델링이 필요할 정도로 낡고 오래되었다. 호주가 영국에서 온 죄수들이 세운 나라라고 알려져있지만 또 그래서 호주에서 벌어지는 강력범죄나 인종차별 문제들에 대해서 조상들이 범죄자니 그렇지 라는 조롱도 이어진다. 하지만 실제로 호주에 온 최초의 정착민들은 죄수보다는 이들 죄수를 관리감독하는 영국 관리인들과 그 가족들이 절대 다수라고 한다. 죄수들이 있던건 사실이지만 90% 이상이 경범죄를 짓고 호주로 온 사람들이고 심지어 이들은 배로 이동하는 기간동안 형기가 모두 만료되어 호주에 도착했을 때는 자유인으로 신분이 바뀐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니 호주가 범죄자들이 세운 나라다 라는 상식은 잘못된 거다. 근데 한가지 확실한건 호주의 백호주의는 여전히 남아있고 사회 곳곳에 그 기류가 심어져있다는 점이다. 지금 호주로 이민을 가는건 나를 위한게 아니라 2세대 3세대를 위한 결정인것이고 자손들이 영어권 국가에서 나고 자라서 배운다고 해도 주류 사회로 편입하기가 쉽지 않은 나라가 호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노동의 가치가 매우 중시되는 나라이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개개인의 노동력을 중심으로 나라가 설립되다보니 아주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 살기에 또 호주만큼 좋은 나라도 없다.

이미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중산층의 살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호주로의 이민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교육환경도 열악했고, 앞으로 부모님보다 더 좋은 삶을 살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분들에게는 호주는 맨몸으로 충분한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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