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파타고니아 RUTA 40(CUARENTA) 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도 계속 듣거나 보게 된다. 그만큼 남미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우리에게는 파타고니아 브랜드가 더 익숙하다. 파타고니아라는 탐험가가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부에 걸쳐 있는 방대한 지형을 다녀간 곳들을 파타고니아 지형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바릴로체가 파타고니아라고 명명되는 지역의 가장 마지막 상단에 위치하고 있고 이 파타고니아 지역을 일주할 수 있는 도로가 RUTA 40이다.
간혹 가다 차량 렌트를 해서 RUTA 40 을 일주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나도 다음에 가게 되면 꼭 해보고 싶은게 루따 꾸아렌따 차량 일주다. 내가 바릴로체 여행을 한 일정은 2019년 11월이었다.
2020/07/08 - [1.칠레] - [남미여행] 칠레 아타까마 사막 1일 (4400m 고산병)
이전 첫 글에서 나는 발디비아에 머무르면서 남미여행을 했다고 밝혔는데, 이 발디비아가 바릴로체와 아주 가깝다. 물론 버스로 6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또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야 한다. 근데 그 과정이 별로 어렵지도 않고 차로 국경을 넘는 경험을 칠레-볼리비아에 이어서 또 한번 하게 되니 이제는 익숙하기도 하고 재미있기 까지 했고 계속 신기했다.
남미에서 6시간 이동은 사실 아주 가깝다고 해야겠다. 워낙 가까우니 차에서 간식만 준다. 발디비아에서 오소르노를 거쳐 바릴로체로 향하는 길 중 2-3시간만 지나면 주변 환경이 색다르게 변모하는데 만년설이 있는 산들과 너무 맑고 청아해서 이질적인 호수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사진은 없는데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시내까지 버스를 타도 되고, 걸어가도 되고, 택시를 타면 좋다. 근데 우리는 환전을 하지 않아서 택시를 탈 수 없었는데, 이럴 때는 손짓발짓 해도 되지만, 내가 타고온 버스 매표소로 간다음 깜비오! 라고 하면 된다.
그럼 기본 환율로 칠레 페소 - 아르헨티나 페소로 교환을 해준다. 당연히 환율이 좋지 않으니 소액만 시내로 갈 수 있는 금액만 환전하도록 한다. 달러는 절대 쓰지 말자. 달러는 매우 환상적인 환율로 시내 암환전에서 바꿀 수 있다.
바릴로체는 그냥 오면 마음의 안정과 치유 평화 이런 단어와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다. 너무 좋다. 사실 다른 말로 표현할 것도 없이 너무 좋았다. 호수가 웬만한 강보다 더 넓고 큰 이 호수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투어를 가게 되는데 누가 말 안해주면 이게 호순지 바단지 분간이 안갈정도로 물결이 엄청났다.
바로 뒤에 배경으로 있는 만년설의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깜짝 놀랐다.
바릴로체는 시내가 아주 작기 때문에 걸어서 15분이면 동서로 다 이동할 수 있다. 시내 기준이다. 이 시내에 식당이나 초콜렛상점 여행사 사무소가 있어서 모든걸 다 해결할 수 있고 웬만한 호스텔 호텔들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도 시내에서 암환전에게 1달러에 60페소로 환전을 했다.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70페소까지 준다고 정보를 들었는데 바릴로체는 60페소였다. 암환전을 할 때 팁이 있는데 절대로 단위가 가장 큰 1000페소는 가급적 받지 않는게 좋다.
밀 노 ! 라고 하면 된다. 단위가 큰 것들 중 가짜 화폐를 섞어서 관광객들에게 주는 경우가 있는데 아시안들 동양인들이 은근히 암환전 사기를 많이 당한다. 근데 사실 화폐를 일일이 만져보면 워낙 실력들이 조악해서 가짜 화폐는 이상함을 우리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반드시 500 까지만 화폐를 받고 꼭 한장씩 손으로 세보도록 한다.
바릴로체에서 일주일 정도를 머물렀는데 모든 일정을 투어로 소화했다. 물론 차 없이 버스로 이동해도 되고, 자전거를 대여해서 이동하는 분들도 있고 렌트를 하면 가장 좋겠지만 국제면허증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선택지는 없었다.
투어는 바릴로체 시내와 근교 투어를 하는거로 별로 특인한건 없는데 자연경관을 보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았다. 아타카마와 더불어 이 바릴로체는 한국인의 베스트 남미 투어 추천 코스상 생략되거나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산티아고나 리마 같은 도시 투어를 빼고 차라리 이곳들을 보는걸 추천한다. 물론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절대로 빼면안된다.
바릴로체 첫날은 호텔 체크인, 암환전, 투어예약, 저녁식사로 일정이 종료되었다. 나는 일단 남미에서는 가급적 저녁 11시가 넘으면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했다. 아무리 관광지는 그래도 안전하다고 하지만 남미는 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나깨나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남미에서 근 1년을 살고 여행하면서 단 한차례도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은건 현지인과 거의 대부분을 동행했기도 했지만 스스로도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젠 상식같이 느껴지지만 남미에서는 절대로 길거리에서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 안된다. 언제 어디서나 내 핸드폰을 훔쳐가려고 매의 눈으로 보는 부랑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혀 하지 못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데 대도시에서는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절대 핸드폰을 손에 들고 이동하지 않는것을 볼 수 있지만, 관광지나 한적한 중소도시 시골로 가면 의외로 프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바릴로체도 굉장히 안전한 관광도시라서 사람들이 매우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하지만 그래도 절대로 조심하는게 좋다. 그냥 어디는 괜찮고 어디는 위험하고 라고 생각하지말고 남미는 경찰서 안에서도 조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여행하는게 가장 좋다.
유람선을 타고 40분 가량 이동해서 도착하게 되는 이곳은 이슬라 빅토리아 라고 하는 곳으로 이슬라가 스페인어로 섬이라는 뜻이다. 바릴로체가 스위스 사람들이 이주해와서 만들어진 도시라서 남미의 스위스라불린다.
실제로도 굉장히 비슷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고 , 유명한 특산물이 초콜릿이기도 하다. 또한 남미에서 1900년 초반에 문을 연 스키장도 바릴로체에 위치하고 있는데 아르헨티나가 1920-1960년 사이 세계에서 4번째로 잘 사는 나라였었다는 사실을 가끔 잊게 되는데 그들은 지금도 꽤나 잘 살고 있다.
11월이면 남미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즌이다. 여행을 하기 최고의 시즌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닌 중간정도라고 할 수 있다.
투어사를 통해 가게 된 이섬에서 꽤 오랜시간 걷고 사진찍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유람선을 타는 선착장에서는 해가 쨍쨍하다가 배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니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또 투어를 하다보니 비가 금방 그쳐있었다.
내가 어디를 갔는지 이름도 기억 못할정도로 많은 곳들을 다녔고 스페인어가 익숙치 않았는데, 거기에 과거 원주민들이 해당 지역을 부르던 이름을 그대로 지명으로 차용하고 있으니 더더욱 발음도 어렵고 기억도 하기 힘들었다.
유람선을 타고 이동한 곳은 이슬라 빅토리아라는 곳으로 나우엘 우아피 국립 공원에 위치한 곳이다.
스페인어가 남미 공용어인데 브라질만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스페인어를 하는 사람은 포르투갈어를 들으면 70%는 이해를 한다고 한다. 무슨말 하는지 모르는데 이해가 간다고 한다.
언어가 매우 비슷해서 그런건데 여자친구도 포르투갈어를 할 줄 몰르지만 포르투기시를 듣고 이해를 하고 스페인어로 대답하면 브라질 사람도 이해하고 포르투갈어를 하면 대화가 된다.
근데 더 재미있는건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이탈리아어를 더 쉽고 편하고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또 굉장히 빨리 배운다고 한다. 그 빨리 배우는 수준이 우리가 일본어를 배우는것보다 더 빠르게 어학연수 6개월이면 이탈리아어로 말하는게 자연스럽게 된다고 한다. 거기에 프랑스어도 비슷해서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만난 콜롬비아 친구는 스페인어와 포르투기스 프랑스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했다. 스페인어야 당연히 모국어니깐 유창한건데, 포르투기시랑 프렌치를 원어민과 막힘없이 하는걸 보고 그저 놀라울 뿐이었는데 여자친구는 그게 뭐 대단한거냐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을 하는데 실제로는 할 줄 모르지만, 앞서 말한대로 정말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다고 한다.
오히려 우리가 영어가 스페인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비슷하지 않다고 한다. 라틴어 뿌리에서 나온 언어들이라 그런건데 우랄알타이어족인 한국어 쓰는 한국인으로서는 그저 부럽고 신기했다.
멀쩡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를 보여주던 바릴로체.
요즘은 중국이 코로나로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아서 최근 국내에 미세먼지 이슈가 예전같지 않다. 작년에만 해도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는 미세먼지가 스트레스였는데 바릴로체에서는 미세먼지를 경험할 수 없었고 어떻게 이렇게 하늘이 맑고 깨끗한지 놀라울 지경이었다.
작은 티 하나도 다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매우 상쾌해졌다.
Cerro Otto 전망대로 바릴로체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올라갈 때 곤돌라를 타고 가도 되고 길이 제대로 있지는 않지만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이게 돈을 내야 하는 거라서 실제로 배낭여행객들 중 걸어서 올라가는 무모한 사람들도 있는데 굉장히 가파르고 돌산이라서 위험하다. 왕복으로 표를 끊으면 올라갈 때 내려올 때 아무때나 곤돌라를 이용할 수 있다.
쎼로 오또로 가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전망대 표를 시내에서 구매하면서 동시에 같이 구매하면 셔틀 버스 시간에 맞춰서 왔다갔다 하기 편리하다. 다만 셔틀버스 시간을 잘 봐야지 30분에 한대가 왔던거 같다. 갈때는 몰라도 시내로 돌아올 때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바릴로체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이런 전망으로 표현을 하고 싶다. 바다같은 호수. 저게 진짜 호수다. 호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우리의 호수라는 이름이 전해주는 단위의 크기를 가뿐히 무시하는 수준으로 엄청크다. 그리고 만년설의 안데스산맥 티없이 맑은 하늘.
어딜가나 보이는 여기서부터 어디까지 몇킬로미터 떨어져 있는지 방향은 어디인지 보여주는 표시들. 한국 서울은 없었다.
둘째날 투어는 차량을 이용해서 샤오샤오 호텔과 깜빠나리오 전망대 및 여러 바릴로체 주변 명소들을 투어하는 곳이었다. 특히 7개의 호수 길을 돌아보는 것도 있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들을 다 둘러보는 투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투어로 꽤 강행군이지만 RUTA 40 을 차로 돌아보는거라서 만족했다.
사진보다 실제가 더 멋있는건 말할 나위도 없다.
어느순간 되면 비슷비슷해 보이기도 해서 질릴만도 한데 바릴로체는 매일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바릴로체는 아르헨티나다. 그건 물가가 엄청나게 저렴하다는 말과 동의어다. 특히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소고기 스테이크가 저렴하다는걸로도 표현이 안될정도로 헐값이다.
한국돈으로 얼마 이렇게 물어보면, 2만원이면 2명이 가서 배가 터지도록 스테이크만 먹어도 남을 정도로 스테이크가 나온다. 맛도 기가막히도록 좋다. 우리야 한우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아와서 모르겠지만 아르헨티나는 소고기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나라다. 싼 가격이 만족스럽지만 고기 질이나 맛도 한국에서 먹는 스테이크와 비할바가 아니다.
심지어 바릴로체에서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알베르토나 알토 엘 푸에고는 고급식당도 아님에도 스테이크 맛이 매우 좋았다. 넉넉하고 여유롭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하나가 되어 진짜 휴양을 하고 싶다면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세번째 날에 갔었던 바릴로체 근교마을인 산 마르틴. 루타 꾸아렌타의 길로 달려서 근교여행을 했는데 차창관광이 너무도 좋았던 곳이다.
근데 내가 바릴로체 여행을 하던 시기, 영국 관광객이 자전거를 타고 RUTA 40을 여행하다가 사망한체로 발견된 뉴스가 있었다. 아마 차량에 치어서 숨진 것으로 보이는데 안전하게 다닌다고 해도 확실히 자전거로 도로를 주행하는건 위험한 일이다.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여행기는 몇편 더 쓸 예정입니다. 사실 사진이 뒤죽박죽이 되어서 올리고 정리하는게 힘들지만 사진보다는 내용 위주로 보시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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